2019년 3월 8일 금요일

북리뷰: 사피엔스

사피엔스 책 리뷰


유발 하라리, 이 이스라엘 태생의 역사학 교수에게 존경을 보낸다. 본능적으로 품고 있었던 의문, 인간의 본질에 대한 (적어도 내가 경험한 것 중에는) 가장 명료한 통찰로 영감을 주었다. 특히, 생물학적인 기관과 능력과 특질 그리고 주어진 환경만이 현재의 인간을 지금의 상태로 존재하게 했다는 부분이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원한 해석이었다.


사피엔스 책 구절


46p. 사피엔스는 녹색원숭이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서로 구별되는 소리를 낼 수 있지만, 그 점에서는 고래와 코끼리도 우리 못지 않은 능력을 지니고 있다.
(...)
우리의 언어가 특별한 이유는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다는 것이다. 제한된 개수의 소리와 기호를 연결해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 무한한 개수의 소리와 기호를 연결해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 무한한 개수의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원숭이도 동료들에게 "조심해! 사자야!"라고 외칠 수 있지만, 현대 여성은 친구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오늘 아침 강이 굽어지는 곳 부근에서 한 무리의 들소를 쫓는 사자 한 마리를 보았어"
인지혁명에 뒤이어 뒷담화이론이 등장한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더 크고 안정된 무리를 형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뒷담화에도 한계가 있었다. 과학적 연구 결과 뒷담화로 결속할 수 있는 집단의 '자연적' 규모는 약 150명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150명이 넘는 사람들과 친밀하게 알고 지내며 효과적으로 뒷담화를 나눌 수 있는 보통사람은 거의 없다.

뒷담화는 악의적인 능력이지만, 많은 숫자가 모여 협동을 하려면 사실상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 사피엔스가 약 7만년 전 획득한 능력은 이들로 하여금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수다를 떨 수 있게 해주었다.
누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가 있으면 작은 무리는 더 큰 무리로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사피엔스가 더욱 긴밀하고 복잡한 협력 관계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124p. 농업혁명 덕분에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 시간을 의미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구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낳았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 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 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133p. 역사를 통틀어 사람들이 오류를 범하는 이유는 동일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이 가져올 결과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

...
"일을 더 열심히 하면 삶이 더 나아지겠지." 계획은 그랬다.

134p. 좀 더 쉬운 삶을 추구한 결과 더 어렵게 되어버린 셈이었고, 이것이 마지막도 이니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 중 상당수는 돈을 많이 벌어 35세에 은퇴해서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유수 회사에 들어가 힘들게 일한다. 하지만, 막상 그 나이가 되면 거액의 주택 융자, 학교에 다니는 자녀, 적어도 두 대의 차가 있어야 하는 교외의 집, 정말 좋은 와인과 멋진 해외 휴가가 없다면 삶은 살만한 가치가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들이 뭘 어떻게 할까? 뿌리채소나 캐는 삶으로 돌아갈까? 이들은 노력을 배가해서 노예 같은 노동을 계속 한다.

142p. 가축이 된 닭이나 소는 아마도 진화적 성공적 사례이겠지만, 역사상 가장 비참한 동물인 것도 사실이다.

153p. 근대 후기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90퍼센트는 아침마다 일어나 구슬 같은 땀을 흘리며 땅을 가는 농부였다. 그들의 잉여 생산이 소수의 엘리트를 먹여 살렸다. 왕, 정부 관료, 병사, 사제, 예술가, 사색가 ... 역사책에 기록된 것은 이들 엘리트의 이야기다. 역사란 다른 모든 사람이 땅을 갈고 물을 운반하는 동안 극소수의 사람이 해온 무엇이다.

163p. 미국 독립선언문의 가장 유명한 구절
"우리는 다음의 진리가 자명하다고 믿는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 되었으며, 이들은 창조주에게 생명, 자유, 행복의 추구를 포함하는 양도 불가능한 권리를 부여받았다."
생물학에 따르면 인간은 '창조'되지 않았다. 진화했다. 또한, '평등'하게 진화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평등사상은 창조사상과 뗄 수 없게 얽혀있다. 미국인들은 평등사상을 기독교 신앙에서 얻었다. 모든 사람의 영혼은 신이 창조했으며 신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고 주장하는 신앙 말이다.

함무라비 법전과 마찬가지로 미국 독립선언문은 사람들이 그 문서의 신성한 원칙을 따라 행동한다면 수백만 명이 효과적으로 협동할 수 있을 것이며 공정하고 번영한 사회에서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164p. 진화는 평등이 아니라 차이에 기반을 둔다. 모든 사람은 얼마간 차이 나는 유전부호를 가지고 있으며, 날 때부터 각기 다른 환경의 영향에 노출된다. 그래서 각기 다른 특질을 발달시키게 되며, 그에 따라 생존 가능성에 차이가 난다. 따라서 '평등한 창조'란 말은 '각기 다르도록 진화했다'는 표현으로 번역 되어야 할 것이다. (중략) 생물학에 권리 같은 것은 없다. 오로지 기관과 능력과 특질이 존재할 뿐이다. 새가 나는 것은 날 권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날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과 능력과 특질이 '양도 불가능'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165p. '자유?' 생물학에 그런 것은 없다. 평등이나 권리, 유한회사와 마찬가지로 자유란 사람들이 발명한 무엇이고,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민주사회에 사는 인간은 자유롭지만 독재하에서 사는 인간은 부자유하다는 말은 무의미하다. '행복'은 또 어떤가? 생물학 연구에서는 지금껏 행복을 명확히 정의하거나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대부분의 생물학 연구는 쾌락이 존재한다는 것만을 인정한다. (중략) 따라서 미국 독립선언문을 생물학 용어로 번역하면 이렇게 된다.

"우리는 다음의 진리가 자명하다고 본다.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르게 진화했으며, 이들은 변이가 가능한 모종의 특질을 지니고 태어났고 여기에는 생명과 쾌락의 추구가 포함된다."

212p. 알려진 모든 인간사회에서 최고로 중요한 위계질서가 하나 존재한다. 바로 성별이다.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나 스스로를 남자와 여자로 구분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곳에서 남자가 더 좋은 몫을 차지했다. 적어도 농업혁명 이후로는 그랬다.

214p. 남녀 간의 문화적, 법적, 정치적 차이 중 일부는 성별에 따른 명백한 생물학적 차이를 반영한 것이다. 출산은 언제나 여성의 일이었다. 남자는 자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사회는 이런 보편적인 핵심 사실 주변에 생물학과 거의 관련 없는 문화적 개념과 규범을 층층이 쌓아올렸다.

216p.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과 단지 사람들이 생물학적 신화를 통해 정당화 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양자를 구분하는데 좋은 경험법칙이 있는데, '자연은 가능하게 하고 문화는 금지한다'의 기준이다. 생물학은 매우 폭넓은 가능성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사람들에게 어떤 가능성을 실현하도록 강제하고 다른 가능성을 금지하는 장본인은 바로 문화다. (...) 정말로 부자연스러운 행동, 자연법칙에 위배되는 행동은 아예 존재자체가 불가능하므로 금지할 필요가 없다.

238p. 중세 문화가 기사도와 기독교를 어떻게든 조화시키는데 실패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세계는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는데 실패하고 있다. 그 모순은 모든 인간 문화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사실 이것은 문화의 엔진으로서, 우리 종의 창의성과 활력의 근원이기도 하다. 서로 충돌하는 두 음이 동시에 연주되면서 음악작품을 앞으로 밀고 나아가듯이, 우리의 생각과 아이디어와 가치의 불협화음은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고, 재평가하고, 비판하게 만든다. 일관성은 따분한 사고의 놀이터다.

266p. 돈은 인류가 지닌 관용성의 정점이다. 돈은 언어나 국법, 문화코드, 종교 신앙, 사회적 관습보다 더욱 마음이 열려있다. 인간이 창조한 신뢰시스템 중 유일하게 거의 모든 문화적 간극을 메울 수 있다. 종교나 사회적 성별, 인종, 연령, 성적 지향을 근거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유일한 신뢰 시스템이기도 하다.
돈의 두가지 보편적 원리
1. 보편적 전환성: 돈이 있으면 당신은 마치 연금술사처럼 땅을 충성심으로, 사법을 건강으로, 폭력을 지식으로 변환할 수 있다.
2. 보편적 신뢰: 돈을 매개로 삼으면 임의의 두 사람은 어떤 프로젝트에도 협력할 수 있다.

313p. 만일 사람이 자유의지로써 악을 선택하고 그 결과로 지옥에서 영원한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을 신이 미리 알았다면 신은 왜 그를 창조했을까?

320p. 고타마는 다음과 같이 통찰했다. 마음은 무엇을 경험하든 대게 집착으로 반응하고 집착은 항상 불만을 낳는다. 마음은 뭔가 불쾌한 것을 겪으면 그것을 제거하려고 집착하고, 뭔가 즐거운 것을 경험하면 그 즐거움을 지속하고 배가하려고 집착한다. 그러므로 마음은 늘 불만스럽고 평안에 들지 못한다.